Page 44 - SJM 5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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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M 50년사 Section.1 통사 PART Ⅰ. 부품 국산화의 기치를 내걸다
비료공장은 건설 과정에서 소규모 용해로를 설치하는데, 직원들이 함께 겪었던 중요한
사건을 용해로에 기록하는 전통이 있다. 일본 기술자들은 용해로에 ‘훌륭한 과장’이라는
기록을 남길 만큼 담당 과장의 열정과 애사심을 높게 평가했다. 정암은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1967년 5월 경기도지사로부터 모범기술자 표창을 받는 주인공이 됐다.
설비공사를 모두 마치고 본격적인 생산단계에 들어서면, 비료공장의 업무는 일정한 패
턴을 반복하며 운영했다. ‘일벌레’로 정평이 날 만큼 업무 욕심이 많았던 공무과장으로
서는 오히려 답답한 상황에 놓였다. 정암은 설비건설에 관한 소중한 경험을 마음에 담
아두고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외국계 회사 거쳐 선배와 설비기업 창업
정암은 비료회사를 퇴직한 후 미국 에어컨 제작업체인 캐리어의 한국지사로 자리를 옮
겼다. 캐리어 한국지사는 본사에서 모든 제품을 수입하고 판매하면서 설치 및 AS 등을
해주는 대리점 총판 같은 곳이었다. 정암이 속한 기술 부서는 에어컨을 설치하고 시운
전하는 등 회사 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한창 일에 몰두해 있는 동안 회사 내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지사는 흑자
를 내고 있었지만, 총판권을 갖고 있던 지사장의 경영관리 소홀로 곳곳에서 균열이 생
겼다. 캐리어 본사에서는 내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정암을 비롯한 임직원 5명
에게 한국 총판권을 넘겼다. 그런 뒤에는 사업 전개의 밑바탕을 이루는 자본 문제가 불
거졌다. 가격이 고가인 에어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했는데, 임직원 5명은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 결국 캐리어 한국지사는 다른 사람을 거쳐 대
우그룹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정암은 직장 선배와 함께 처음으로 창업의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이 설립한 ㈜삼진설비
는 경기화학공업과 캐리어 한국지사 경험을 밑천 삼아 냉난방설비 시공을 핵심 목적사
업으로 삼았다. 동업으로 시작한 삼진설비는 건설업계에서 냉난방 관련 기계 설치에 특
화된 업체였다. 처음으로 시작하는 사업인 점을 고려해 자본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 리
스크가 낮은 업종을 선택했다.
삼진설비가 설립된 1970년대 초반은 대기업들이 에어컨 시장에 뛰어들면서 냉난방 가
전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삼진설비는 설립 초기부터 사업 환경
과 시장 흐름을 타고 성장을 거듭했다. 책임감 있는 현장 작업과 신속한 업무 처리 등에
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빠르게 설비업계에 안착할 수 있었다. 정암은 당시 상황을 이
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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