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9 - 산재보험 6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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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60년사 제1부 통사(通史) ‘내 일’과 ‘내일’을 지켜주는 사회보험, 산재보험 제6장 동행 2017~2024 일하는 국민 모두가 행복한 시대를 위해
지 주로 점심 급식을 위한 조리 작업을 수행했고 검수 및 세척 작업 등도 했는데, 13년 차
조리실무사로 근무하던 2017년 4월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1년 가까이 투병하다 끝내 사
망했다.
조리과정에서 발생한 조리흄과 폐암 발병의 연관성은 전 사회적 차원의 관심을 모으고 있
었다. 따라서 직업환경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산재승인 여
부에 귀추가 주목된 상황이었다.
근로복지공단 내 양 기관은 A씨의 근무지였던 수원 소재의 K중학교를 현장 방문해 조사하
는 과정에서 주방 내 환기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채로 1년 넘게 방치된 사실을 발견
했다. 또 2016년 2학기에 해당하는 9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식단표를 검토한 결과, 총 조리
일수 84일 중 68일의 식단표에 튀김과 볶음 및 구이 요리가 포함되어 있어 폐암 발병의 주
원인인 조리흄(cooking fumes)에 대한 근무자들의 누적 노출량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판
단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최종 판단은 ‘산재 승인’ 결정이었다. 나아가 직업환경연
구원은 해당 역학조사 내용을 전문조사 사례 검색서비스 게시판에 그대로 공개했다.
급식실 산업안전 문제가 사회적으로 전면화되는 중요한 계기였다. 그간 많은 조리실무사
등 근로자들이 급식실의 근무환경과 직업성 암 발병의 상관관계를 주장하며 산업안전을
위한 환경 개선과 예방 조치를 요구해 왔으나, 번번이 제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던 형
편이었다. 그러나 급식실근로자의 직업성 암이 산재로 인정된 첫 사례가 도출되고, 그에
대한 역학조사의 과정과 판단 근거가 투명하게 공개됨에 따라 급식실 산재예방의 첫 단추
가 비로소 채워질 수 있었다.
03 국내 최초 산재전문 공공병원 건립
등잔 밑은 어둡다. 먼 데 있는 일보다 가까운 데 일을 챙기기 쉽지 않은게
세상사 이치다. 근로복지공단 본사가 둥지를 틀고 있고, 근로자의 도시라 불리는 ‘울산’의
사정이 이와 같았다.
울산은 어떤 도시인가? ‘역동의 산업수도’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대한민국 중화학공업
과 제조업의 중심 도시다. 당연히 사고율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산재사고 역시 많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도시 중심부에 국가산업단지가 자리 잡고 있음에도 이를 감당할 산재
공공병원이 개원한 바가 없었고, 지역 내 의료 인프라도 충분치 못해 절단사고나 화상,
혹은 유독가스 흡입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은 인근 대구나 부산, 창원 등지의 병원으로 이
송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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