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수산가족 2025 AUTUMN
P. 69
69
패션계가 주목한 ‘아재룩’의 매력 SNL 코리아 시즌 4 – MZ 오피스
패션계는 진작부터 ‘아재룩’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는 ‘발렌
시아가’의 2018년 컬렉션에서 투박한 패딩 점퍼와 아노락, 바람막이를 선보이며 아웃도어 의상
들을 하이엔드 패션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고프코어룩의 선두주자인 디자이너 ‘키코 코스
타디노프’는 과거 자신의 SNS에 동묘시장 행인들의 패션을 올리며 “세계 최고의 거리”라 극찬했
다. 그가 공유한 사진 속 인물들은 등산복에 정장 바지나 청바지를 매치하는 등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아저씨 패션’이었지만 키코는 이에 영감 받아 다음 시즌 컬렉션에서 이와 유사
한 스타일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아재룩에서 출발한 고프코어룩은 코로나19 이후, 일상복과 운동복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편안함과 실용성을 앞세운 일상 패션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브랜드를 비롯해 아크테릭스, 앤드
원더, 살로몬 등 해외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를 향한 관심 역시 뜨겁고, 인기 제품은 빠르게
품절되어 웃돈을 주고 구매하기도 한다.
Ranra SS23 컬렉션
무심한 ‘미스매치’ VS 계산된 ‘믹스매치’
사실 등산복의 유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
대 후반에도 전 세대에 아웃도어 열풍이 불었다. 특히
학생들은 브랜드 바람막이와 패딩을 ‘제2의 교복’처럼
입었고, 이 시기 등장한 ‘등골 브레이커’라는 단어는 하
나의 사회 현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의 등산복
유행은 지금의 고프코어룩과 차이가 있다. 편의성, 기
능성, 브랜드 로고 등 아이템 자체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실용성을 더한 스타일링에 무게를 둔다.
고프코어룩 연출의 핵심은 일명 ‘꾸안꾸(꾸민 듯 안 꾸
민 듯)’다. 과거의 등산복 패션이 화려한 색감에 치중했
다면, 지금은 차분한 뉴트럴 톤을 활용해 자연스러우면
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형광색이나 원색을 포인트 컬 출처: 주우재 인스타그램(@ophen28)
러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전체 톤과 조화롭도록
매치한다. 또한 기존 사이즈보다는 넉넉한 사이즈로 선
택해 편안한 오버핏으로 연출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