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수산가족 2025 AUT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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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OOSAN [        ]                   마음처방전                                  66




             크고 작은 고민들로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무거운 생각을 날리는 가벼운 만화







                                               마음처방 하나


                                     해변의 스토브
                                     오시로 고가니

                                     젊은 만화가 오시로 고가니의 단편 만화 모음집 《해변의 스토브》는 이색적인 단편
                                     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단편집에 수록된 〈해변의 스토브〉, 〈설녀의 여름〉, 〈당신이
                                     투명해지기 전에〉, 〈눈을 껴안다〉, 〈바다 밑바닥에서〉, 〈눈 내린 마을〉, 〈소중한 일〉
                                     은 그 어느 것 하나 타작이 없다. 전 작품 모두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좋은 작품
                                     으로만 채워져 있다. 무엇보다도 이 단편집은 사랑, 죽음, 여성의 처지, 노동, 결핍
                                     과 모순, 적성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고 예
                                     리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끌어 간다.

                                     현시대는 숏폼의 시대다. 길고 장황한 서사보다는 마음 편히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서사가 독자들에게 주목받는다. 이 만화의 장점은 이런 시대를 매우 정확하게 반영하여, 가장 적합한 ‘형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내용’을 담았다. 특정한 세계관을 제시해 이야기에 속도를 내고, 파격적인 이야기의 압축을 어색하지
            않게 그려낸다. 무엇보다도 일본 문화의 한 특징인 ‘하이쿠’의 잔여물 역시 작품에 녹여내면서 만화책에 주어진 서사를
            간단명료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이 묘사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 이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해변의 스토브》에 대한 모든 내용을 적을 수는 없지만, 이 단편집의 마지막 작품인 〈소중한 일〉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회사에서 바쁜 일상을 보낸다. 그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그 일이 자
            신이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는 억지로 하루를 버틴다. 그래서 일은 더욱 고되게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사무실 유리창 너머로 들어오는 석양을 만나게 된다. 그 순간, 자신이 품고 있던 모든 불평과 불만을 내려놓는다. 이때 이
            노동자는 “사무실에 빛을 닿게 하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이 결심 이후 그녀는 직장을 그만둔다. 이러한 행동은 용
            기를 내야 얻을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용기는 아주 간단한 힘만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머리를 쥐고 흔드는 고민도 마찬
            가지, 큰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가볍게 생각하는 마음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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