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수산가족 2025 AUT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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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의 여행을 책임지는 나
성인이 된 후 친구들과 일본을 가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해외
여행이라 국내여행보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더 많더라고요. 같
이 가는 친구들은 모두 ‘P’라서 여행 계획을 짜는 일은 자연스럽
게 ‘J’인 제가 맡게 됐습니다. 꼭 MBTI로 역할이 정해지는 건 아
니지만, 어릴 때부터 봤던 것이 있어서인지 어느새 저도 아버지
처럼 A4용지에 여행 계획을 꼼꼼히 정리하고 있더라고요. 새삼
아버지와 제가 많이 닮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찾은 여유
파워 J로서, 지금껏 ‘여행은 계획이 절반이다’라는 신념으로 여행
을 다녔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면 숙소와 맛집을
찾고 일정을 나누는 건 제 몫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뭐든 계획해
야 하는 성향임에도 그런 것들이 모두 귀찮아지는 때가 오더라
고요. 저는 처음으로 계획 없이 제주도 여행을 떠났습니다. 계획
이 없으니 불안할 줄 알았는데, 여행은 생각보다 여유로웠습니
다. 뜻하지 않게 인연을 만나거나, 무심코 들어간 식당에서의 성
공적인 식사가 주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이날 이후로 저는 계획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조금 더 유연하게 여행을 즐기려고 노력합니다.
언젠가 아버지와도 여유롭게, 우연에서 즐거움을 찾는 여행을 떠나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