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수산가족 2025 AUT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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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ter2                                                    글. 수산이앤에스
              사랑하는 아버지께                                          삼천포사업소 제어3팀 터빈제어
                                                                           차동열 주임

























              생각지도 못한 기회로 이렇게 아버지께 편지를 쓰게 되었           기도 했습니다. 오랜 시간 끊지 못하는 술, 담배, 엄마와 누
              습니다. 살면서 편지를 제법 써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나들에게 부리는 짜증들 때문에요. 하지만 아버지, 그럼에
              글을 쓰려니 조금 어색하네요. 아버지. 작년 여름, 우리 가        도 불구하고 저는 아들로서 제 역할을 다하려고 합니다.
              족은 아버지의 뇌경색으로 공동의 과제가 생겼습니다. 모           왜냐하면 아버지가 우리에게 어떤 아버지였는지, 어떤 남
              두 출근한 오전 10시쯤, 집에서 혼자 이른 점심을 드시다         편이었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젊은 시절, 화물차에 삼
              가 갑자기 찾아온 뇌경색에 아버지 혼자 고통과 씨름해야           남매를 태우고 전국의 유명한 곳들을 구경시켜 주시던 아
              했죠. 그래도 사람이 살고자 하면 살 수 있는 건지, 그날따        버지는 참 따뜻하고 자상한 아버지였습니다. 주말이면 다
              라 유독 일감도 없고 기분이 이상해서 곧장 택시를 타고           섯 식구가 안방에 모여, 아버지가 준비해 주신 맛있는 음
              집으로 가신 어머니가 아버지를 발견해서 얼마나 다행인            식들을 먹으며 웃었던 기억, 여름이면 냇가에 천막을 치고
              지. 아버지가 쓰러지신 지 1시간 30분 정도 지난 시점이         같이 물장구치던 기억, 겨울에는 같이 바닷가에서 낚시하
              었고, 어머니가 바로 119와 간호사인 큰누나에게 연락하          던 기억… 저의 유년시절을 추억으로 채워 주신 분이십니
              셔서 초기 대응을 잘 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입원으          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인 데다가 장남이라 무뚝뚝하지
              로 저와 어머니, 큰누나, 작은누나는 시간을 맞춰가며 병          만 참 따뜻하고 속이 깊은 분이라는 걸 압니다.
              간호를 했습니다. 병원에서 출퇴근을 하기도 하고, 주말
              을 병원에서 보내야 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가           아버지, 이제는 아프지 마세요.
              족이 서로 배려한 덕분에 아버지는 약 한 달 만에 퇴원하          그동안 장남으로, 가장으로 고생하며 지금의 우리 가족을
              셨죠. 비록 왼쪽 눈의 시력과 오른손에 문제가 생겼지만.          있게 만든 아버지! 이제는 건강하고 평안한 노년을 보내
                                                       시기 바랄 뿐입니다. 여태껏 가족을 위해 사랑으로 헌신한
              아버지, 사실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가신 게 처음은 아          아버지에 대한 보답으로 더 효도할 수 있게 해주세요.
              니죠. 이미 심근경색으로 두 번 정도 경험이 있으셨잖아
                                                       늘 아버지를 생각하는 아들이
              요. 저는 솔직히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아버지가 많이 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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