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수산가족 2025 AUT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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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재난, 국가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이렇 처럼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관은 수천 년 동안
게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구조적 위기에 뿌리 깊게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직무급을 도입하자는
직면해 있다. 그것은 바로 불평등이고 ‘청년세대의 실업 주장은 원론적으로 옳으나 구성원들을 직무에 따라 다
률’, ‘비정규직 문제’, ‘여성차별’ 등이 전부 불평등의 결 르게 보상할 경우 가치가 낮은 직무를 수행하는 구성원
과이며 이 불평등의 기원은 결국 쌀 문화권의 특징이라 은 과거 농촌에서 그랬던 것처럼 형평성과 공정성에 의
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연공서열제’ 문을 제시할 것이다. 더 나아가 내 직무가 왜 가치가 낮
로서 이를 과감하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불평등의 해소 은지에 대한 질문에 기업이 제대로 답을 할 수 있을지도
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예를 들어 30 잘 알 수 없다. 이러한 집단주의 문화에서 자유롭다는
년만 버티면 1억을 받게 되는 연공서열형 구조를 6천만 20대 젊은이들이 창업한 스타트업들도 들여다보면 개
원으로 줄이고 고성과자만 직무급과 성과급으로 보상 인의 성과에 따른 보상이나 처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하자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남는 임금은 비정규직의 정 서 내부적인 갈등을 많이 겪는다는 얘기도 들었다. 아
규직화나 신입사원 채용의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 직 한국사회가 저자의 주장과 같이 쌀농사 문화에서 크
다. 한국이 겪고 있는 저출생도 결국 불평등의 소산이 게 바뀌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훌륭한 책에
며 임금구조가 개편되면 이러한 불평등이 다소 해소되 감히 일개 필부의 비판을 붙이자면 그래서 뭘 어떻게
면서 사회적인 문제도 개선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 해야 하는데요, 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 있다. 물론 이 비판은 저자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던
진 문제제기에 대해 우리 모두가 답을 해야 하는 것이
필자는 저자의 주장에 어느 정도 동감을 한다. 현재 한 기 때문에 곧 경영자인 나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필
국기업은 분명 인건비 비율이 매우 높은 구조인데 이는 자는 사회학자도 역사학자도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의 논
대기업은 월급의 절대적 액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리적 전개와 각종 데이터들의 정확성 내지는 적정성에
중견기업 이하는 월급이 높지 않으면서 생산성도 높지 대해 심도 있는 비판을 할 계제는 아니나, 다만 다른 변
않아 상대적으로 인건비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동 수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 저자가 중요하다고
안 저임금을 바탕으로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생각한 변수만을 가지고 분석을 한 것은 아닌가, 더 나
추격자 전략을 썼는데 한국보다 더 인건비가 싼 중국이 아가 저자가 역사적, 사회적인 현상을 너무 단순화시키
등장하면서 저렴한 인건비는 더 이상 강점이 아니게 되 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섞인 의문은 제기하고 싶다.
었는데 그 인건비 마저도 계속 상승하거나 생산성과 비 하지만 이러한 개인적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교해 상대적으로 정체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이든 중 정서와 문화의 뿌리를 이렇게도 찾아갈 수 있구나, 우
소기업이든 혁신은 멈췄는데 연공서열에 따라 구성원 리가 지금 겪고 있는 갈등과 한계가 과연 어디에서 온
들의 급여는 매년 일정하게 계속 올라가게 되어 있어 기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하는 훌륭한 저작이라는 점만큼
업의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은 분명하다.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위해서는 연공서열에 따른 급여 구조를 완화해야 하나
이는 기업의 경영구조 또한 바뀌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여기에 학자로서의 고민과 경영자로서의 고민에 깊은 글. 수산세보틱스
김병현 대표이사
틈이 있다.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저자의 주장
계열사 최우수 독후감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