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수산가족 2025 AUT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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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SAN [ ] 독서 장려 캠페인 20
『 쌀, 재난, 국가』 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단순히 국뽕(?)을 넘어서 과연
한국이 이 팬데믹에 잘 대처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
이철승
유는 무엇이었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법
한 질문이다.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동아시아가 쌀 문화권이었
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세계는 크게 쌀 문화권과 밀 문
화권으로 나뉘는데, 하필 팬데믹에 성공적으로 대처했
던 국가들은 대개 쌀 문화권이었고, 그렇지 못한 국가들
은 대개 밀 문화권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 알
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 두 문화에는 어떤 차이가 있
는가? 영양학으로 볼 때 쌀에 비해 밀은 비타민D와 단
백질이 부족해서 이를 보충하기 위한 목축업이 병행되
어야 했기 때문에 서구권의 육식과 유제품 섭취 문화가
불과 4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기억속에서는 아주 먼
만들어졌고, 밀은 쌀에 비해 토지 황폐화가 심해서 이러
과거처럼 느껴지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한국을 비롯한
한 밀의 불완전성이 문명의 독창성과 도전성을 이끌어
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낸 반면 쌀은 상대적으로 완전성이 높아 동아시아 문명
미국과 서유럽의 사망률이 매우 높았던 현상을 보고 많
이 정체되었다는 학계의 연구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한
은 이들이 그 이유를 궁금해했었다. 특히 한국의 대처
반도는 사실 쌀농사에 아주 적합한 환경은 아니라는 점
에 대해서 많은 분석들이 있었는데 이를 요약해서 3T
이다. 쌀은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데 한반도는 강수량이
전략(검사, 추적, 치료)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돌이켜보
계절별로 일정치 않은 환경이다. 조선 중기 이전까지 쌀
면 이 전략은 강력한 행정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만 가
을 주식으로 채택한 지역과 인구비율이 30% 이하였지
능하기도 했고, 이를 두고 어떤 이는 한국이 휴전국가
만 지속적인 경작법의 개발과 수리 과정을 통해 쌀 재배
라서 언제라도 전시동원체제로 전환되어야 하는 시스
면적을 넓혔을 뿐만 아니라 조선 후기 많은 이들이 만주
템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한편, 미국이
(간도)로 이주하면서 쌀을 전혀 재배하지 않던 중국 동
나 서유럽 국가들은 개인의 권리를 좀 더 보장하다 보
북3성까지 쌀 경작 한계선을 끌어올릴 정도로 한국인의
니 권리를 제약하기 마련인 강력한 통제를 하지 못하게
쌀에 대한 집착은 대단했다고 할 수 있다.
되면서 감염률과 사망률이 높아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선진국이라고 은근히 자부심을 갖던 서구 제
그렇다면 쌀농사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쌀농사
국은 팬데믹 상황에서 그들의 시스템이 시민을 보호하
는 단위면적당 생산량과 재배과정에 소요되는 물을 어
지 못한다는 점에 당황하여 동아시아의 성공적인 대처
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특히 위에서 언
에 대해 (약간 폄하하는 의미로)유교문화의 영향을 받
급한 바와 같이 강수량이 일정치 않은 한반도는 더욱
아 국가(군왕, 부모, 스승)의 지시에 순응하는 어찌 보면
그러할 것이다. 벼는 밀에 비해 헥타르당 평균 2배 정
완전한 민주주의가 아닌 정치, 경제, 사회적 구조 덕분
도의 노동력이 필요한데 수확량 역시 약 2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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