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수산가족 2025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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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문종필 만화평론가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번아웃(burnout)’이 찾아올 때가 있다.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몹시 지친 상태인 이 시기
              에 가장 좋은 것은 나만의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숲이 있는 곳을 산책하거나, 가벼운 달리기 등을 하면 좋다. 친한 사람
              과 특정한 날을 잡아 매운 음식 탐방도 나쁘지 않겠다. 때론 코인노래방에 홀로 방문해 목소리 높여 답답한 마음을 풀
              어내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재미있는 만화책을 읽어 보는 것을 제안한다.





                                                  마음처방 둘


                                       (락)이
                                       마영신

                                       만화라고 하면 대개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만화들
                                       의 경우는 작가의 의도를 따져 보며 읽어야 한다. 마영신의 〈(락)이〉는 그런 작품
                                       이다. 이 만화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정확히 말해, 마음이 맞는 젊은 친
                                       구들과 함께 모여 자신의 음악을 하는 게 꿈인 ‘락(Rock)’ 밴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음악을 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가뜩이나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음악으로 돈을 버는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명색이 예술가인데,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영화 대사처럼, 힘든 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 이보다 더 힘든 것은 자신의 음악을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비참한 사실일 것이다. 가난은 이가 아니면 잇몸으로라도 버티면 되지만, 자신의
                                       음악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건 더는 음악을 지속할 수 없게 한다. 〈(락)이〉 속 밴
                                       드 역시 해체와 결합을 반복한다. 최종적으로는 주인공이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으로 끝맺지만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의 지난날은 무척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장래는 여전히 밝지 않다.


                                       마영신의 〈(락)이〉는 유머가 상당하다. 밴드 멤버의 이름부터 이들의 성격을 재현
                                       하는 방식까지, 만화책을 넘기다 보면 한참을 웃을 정도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
                                       렇게 즐거운 지점보다도 이 만화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주인
                                       공들은 그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지만 자기 일을 묵묵히 해 나간다. 우리가 기
                                       억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직장 상사 혹은 동료들과 부딪치거나 업무 자체에 마음이
                                       떠날 때가 있을 것이다. 이런 일들로 인해 회의감이 들거나 더 나아가 ‘번아웃’이
                                       찾아올 수 있다. 이럴 때는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온전히 바라볼 필요가 있
                                       다. 일은 일이고. 관계는 관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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