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수산가족 2025 SPRING

culture
SOOSAN [ ] 마음처방전 56

봄이 와도 기력이 없는 당신을 위한 응원!
‘번아웃’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만화

마음처방 하나

북투어
앤디 왓슨

앤디 왓슨의 〈북투어〉는 책을 품고 여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책을 가지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내용일까 아니면 책 속에 있는 세계지도를
보고 이국의 땅을 방문하는 내용일까? 제목만으로도 많은 추측을 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그런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여기서 말하는 ‘북투어’는 책의 저자가 자신이
출간한 책을 홍보하기 위해 여러 서점을 도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여러 작은 서점
을 돌면서 독자와의 만남을 진행하기도 하고 책의 내용에 대해 강의도 하는 내용
인 것이다. 따라서 독자들은 책을 출간한 주인공이 여러 사람과 만나는 과정을 자
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책의 제목이 주는 희망찬 느낌과 달리, 주인공의 ‘북투어’는 사실상 실패하
고 만다. 책을 홍보한 서점에서는 자신을 반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림자
취급을 당하고, 어떤 서점 주인은 주인공의 책이 한 권도 팔리지 않았다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곤란함은 서점 주인과의 대면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
다. 가족에게 위로를 받기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는, 위로는커녕 통화하기조차 힘
들다. 심지어 책을 홍보하러 간 마을에서는 살인범 취급을 받으며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북투어〉는 이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는 일상을 담는다. 그가 일상을 담는 방식은 ‘블랙 유머’다.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무언가 찜찜한 것을 들춰내는 것이다. 주인공이 겪는 어려움과 불운에 집중해 보면
나의 ‘번아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게 찾아온 번아웃이 한순간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북투어〉를 통
해 조금이나마 위로 받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